공지사항 내용
제목 동화농장 … 선진과 함께 2세 넘어 대대손손 운영
[농장탐방]“선진과 함께 2세 넘어 대대손손 운영”

경북 울진 동화농장
30년간 나무심어 ‘양돈 숲’ 조성
천혜의 자연 지형으로 질병 全無
출하일령 160일…생산비 크게 낮춰
분뇨 郡에서 수거, 자원으로 재활용
꿀벌 있는 양돈장 조성할 터
‘안전 한돈’ 공급에 마음 뿌듯


늦은 가을의 경치가 매력적이라는 곳, 경북 울진에 위치한 한 양돈장에 다다랐다.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농장이라는 소문을 듣고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아침 일찍 길을 나서 정오 쯤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양돈장이라는 낌새는 전혀 챌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 들어가 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조금 옮기자 ‘축산 방역 철저’라는 팻말이 보이면서 비로소 양돈장으로 유추할 수가 있었다.

입구를 지나 유명 관광지에나 있을 법한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양쪽으로 정렬돼 있는 길을 걸었다. 소나무 길을 지나자 이번엔 양지 바른 곳에 심어진 은행나무길이 등장했다. 은행 나뭇길을 제법 걸으니 오두막이 보이고, 그 한켠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예쁜 손녀가 가을 손님(기자)의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그 옆에는 드디어 숨어 있던 돈사도 눈으로 멀찍이 확인할 수 있었다.

입구부터 오두막까지 가을 동화 속 한 장면으로 여겨진 이곳은 농장 울타리 밖에서 보면 양돈장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은 실제 양돈장이며, 모돈 300두와 식구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경북 울진에 위치한 ‘동화농장’은 이름처럼 정말 ‘동화’ 같은 양돈장이었다.

동화농장은 박태근 대표가 지난 1987년 2만평 넓은 부지에 돈사를 일부 건립, 처음에는 주위에 풀도 나무도 없이 황량한 부지였다. 그러다 나무도 직접 심고, 땅도 고르는 일을 30년간 하다 보니 어느 덧 ‘양돈 숲’이 만들어졌다”고 소회했다.

최근에야 양돈장 냄새를 저감 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 농가 주위에 나무를 심는 일이 다반사가 됐지만 그 당시 돼지 기르는 것 외 돈사 주위에 나무를 심고 가꾼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가꾼 시간이 어느덧 30년, 선진국 부럽지 않은 자연 친화적인 친환경 양돈장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농장 근처 정자에 앉아 박 대표와 본격적으로 동화농장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울진은 백암 및 덕구 온천과 망양정, 불영계곡을 비롯 관광자원의 보고로 횟집 등 수산 관련 업종은 번성했으나 축산업은 불모지였다. 그러나 그는 수산물과 더불어 국내 축산물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 양돈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1987년 돈사를 짓고, 후보돈 20마리로 한돈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돼지 사육 시설은 만들어 놓았지만, 양돈의 노하우는 그에게 없었다. 그 때 현재 평생 동반자이자 오랜 친구가 된 선진사료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선진사료와 축산 선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미국과 일본 등 축산 현장을 찾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함께 기술을 적용하는 등 농장 초기 운영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 당시 미국에서는 쇠고기보다 돼지고기 값이 비싸 향후 국민 소득이 증가하면 돼지고기 소비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 서로 한돈산업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첫 번째 위기를 맞게 된다. 바로 이듬해 돼지 파동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시작 초기 사업을 포기하려 했으나 그 때 선진과 양돈장 존폐를 상담,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로 투합해 그 원동력으로 오늘의 3천두 규모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이 같은 인연이 30년 동안 이어지면서 현재 없어서는 안 될 막역지우(莫逆之友) 사이까지 발전했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노력과 농장의 입지 조건이 다른 농가와 달라 생산성 및 생산비를 절약할 수 있었던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농장 가까운 거리에 해변이 인접,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염분바람을 맞고 서쪽으로 태백산맥이 가로막고 있어 전염병과 일반 질병이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이 농장은 호흡기 질병이 전무(全無), 평균 돼지 출하일령은 160일령으로 국내 평균 200여일 보다 40여일 빨라 사료비 절감을 통해 생산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이 같은 자연지형은 지난 2010년 전국적인 구제역 사태 때 구제역의 화마를 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됐으며, 현재 각종 전염성 질병도 발생하지 않아 질병 청정 농장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분뇨처리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박 대표는 “농장 초기 슬러지 분뇨처리법을 채택 이를 거뜬히 해소했지만, 돼지 두수가 늘어나면서 분뇨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8년전 울진군에서 폐수종말처리장 건립으로 가축분뇨 처리에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현재는 농장의 가축분뇨가 인근에 건립된 바이오가스 생산 시설로 공급되면서 가축분뇨가 자원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다. 이에 따라 가축분뇨 처리에 한 숨을 돌리고, 골칫거리 가축분뇨가 자원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 양돈 30년, 앞으로 100년을 위해 동화농장은 현재 아들이 사육과 경영에 참여하는 부자(父子)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의 아들 박진관〈사진 왼쪽〉 실장은 현재 주로 농장에서 출하 관리 및 백신 접종 등 안 살림을 맞고, 박 대표는 시설 관리, 분뇨 처리 등 바깥 살림을 맞고 있어 철저한 업무 분리 속에 부자간 갈등은 남의 말이라고 한다.

박실장은 “지속 가능한 양돈장을 위해서는 현재 3천두 규모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점진적으로 5천두까지 증축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이유두수 10.5두에서 더 성적이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 더욱 더 발전된 양돈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파리’가 있는 양돈장보다 ‘꿀벌’이 있는 양돈장을 만들기 위해 30년간 양돈 숲을 조성했다”며 “이를 통해 질병 없이 키운 건강한 돼지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어 매우 뿌듯하다. 아들과 손녀들이 더욱 더 가꿔 대대손손할 수 있도록 마지막 에너지를 짜내겠다”고 역설,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2017/11/30)